드라이브(2024): 당신의 목숨 값이 6억 5천이라면, 60분 안에 벌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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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영화 한 편이 주는 강렬한 체험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독특한 설정의 한국 스릴러 한 편을 들고 왔어요. 바로 영화 ‘드라이브’인데요. 사실 처음엔 ‘트렁크에 갇힌 유튜버’라는 한 줄짜리 설정만 보고 흔한 납치 스릴러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주인공이 트렁크 안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는 걸 깨달았죠. 이 영화는 단순히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 게임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디지털 시대의 맨얼굴을 아주 날카롭게 꼬집고 있더라고요.

영화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70만 구독자를 거느린 잘나가는 유튜버 ‘한유나'(박주현 분)가 만취한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사방이 꽉 막힌 자동차 트렁크 안이에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틈도 없이, 정체 모를 인물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죠. 그의 요구는 단 하나. ‘1시간 안에 라이브 방송으로 6억 5천만 원을 벌어라. 못 벌면 죽는다.’ 정말 황당하고도 끔찍한 미션 아닌가요? 평소에는 구독자들의 사랑과 후원으로 화려한 삶을 살던 그녀가, 이제는 그 구독자들에게 자신의 목숨 값을 구걸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 거예요. 영화는 이 6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거의 실시간으로 따라가면서, 한 인간이 극한의 공포 속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또 어떻게 발버둥 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전개는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단순히 돈을 버는 과정을 넘어 유나의 과거와 현재가 얽히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들이 드러나는 구조가 꽤나 흥미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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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배우 박주현의 연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사실상 영화의 90% 이상을 혼자서, 그것도 비좁고 어두운 트렁크 안에서 이끌어가야 하거든요. 이건 정말 웬만한 내공 없이는 불가능한 도전이었을 텐데, 박주현 배우는 그걸 해내더라고요. 처음에는 상황 파악이 안 되어 짜증을 내다가, 이내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고, 살기 위해 비굴하게 애원하고, 또 순간적으로 분노를 터뜨리는 등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스크린 밖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힘이 대단했어요. 특히 스마트폰 액정 빛에만 의존해 표정의 미세한 떨림과 눈빛의 변화를 담아내는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어요. 마치 제가 그 트렁크 안에 함께 갇혀서 그녀의 숨소리 하나하나를 느끼는 듯한 몰입감을 줬달까요. ‘인간수업’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인상이 여전하다는 걸, 아니 그보다 더 성장했다는 걸 증명해낸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어요. ‘한정된 공간’이라는 설정은 스릴러 장르에서 종종 쓰이는 소재지만,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지루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거든요. 박동희 감독은 이 제약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 같아요.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트렁크 안의 유나를 비추고, 우리는 그녀의 시선으로만 바깥세상을 짐작할 수 있어요. 차가 덜컹거리는 소리, 희미하게 들려오는 외부의 소음, 트렁크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빛 같은 것들이요. 이런 감각적인 연출들이 폐소공포증을 자극하면서 긴장감을 극대화하더라고요. 또한, 라이브 방송 화면을 스크린에 그대로 띄워주는 방식도 아주 영리했어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댓글 창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죠.

바로 그 ‘댓글 창’이 이 영화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와 연결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유나의 생사가 걸린 절박한 방송을 보면서도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에요. ‘이거 주작 아니야?’라며 의심하는 사람들, 그녀의 과거를 들추며 조롱하는 악플러들, 그리고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며 소액이나마 후원금을 보내는 팬들까지. 이 작은 댓글 창이 바로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져서 서늘한 기분이 들었어요. 타인의 고통을 그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고, 진실 여부보다는 자극적인 가십에만 열광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죠. ‘좋아요’와 ‘구독’ 수에 목매고,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위해 위험한 선을 넘나드는 크리에이터들의 현실, 그리고 그들을 소비하는 대중의 양면성을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물론 조금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후반부로 가면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몇몇 설정들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거나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어요. 스릴러 장르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영화적 허용은 감안해야겠지만, 조금만 더 촘촘하게 이야기를 쌓아 올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답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아쉬움을 덮을 만큼, 영화가 주는 전체적인 긴장감과 박주현 배우의 열연, 그리고 시의성 있는 메시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온라인 콘텐츠의 이면은 어떨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단순한 킬링타임용 스릴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품인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드라이브’는 아주 영리하고 시의적절한 스릴러 영화였어요. 한정된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배우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끼고 싶은 분들, 그리고 요즘 유튜버나 라이브 방송 문화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는 분들이라면 정말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팝콘을 먹으면서 편안하게 즐기기보다는, 주인공의 숨 막히는 사투에 동참하며 마음껏 긴장하고 싶은 날 선택하면 딱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스릴러라는 장르에 잘 녹여낸,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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