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태치먼트(2011): 텅 빈 교실, 상처받은 영혼들의 공허한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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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영화가 있어요. 보고 나면 며칠 동안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곱씹게 되는 영화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화면이 까맣게 변해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그런 먹먹함을 남기는 영화. 저에게 ‘디태치먼트(Detachment)’는 바로 그런 영화였어요.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깊고 슬픈 눈빛이 포스터에서부터 말을 거는 것 같아서 이끌리듯 보게 됐는데, 영화가 끝난 후에는 정말 한참을 멍하니 … 더 읽기

팬텀 스레드 (2017): 한 땀 한 땀 꿰매어 만든 지독하고 우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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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나면 한동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머릿속을 온통 그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으로 가득 채워버리는 그런 작품이 있어요. 제게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가 바로 그런 영화였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우아한 드레스와 고풍스러운 런던의 풍경 뒤에 숨겨진, 인간관계의 가장 기묘하고도 집착적인 형태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 심리 드라마에 … 더 읽기

미스터 브룩스(2007): 완벽한 신사의 가면 뒤, 멈출 수 없는 살인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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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했던 배우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부숴버리는 작품들이 있죠. 저에게 케빈 코스트너는 늘 선하고 정의로운, 혹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우직한 남자의 상징 같은 배우였어요. ‘늑대와 춤을’이나 ‘보디가드’에서의 그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거예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할 영화, ‘미스터 브룩스’는 그가 가진 선한 이미지를 아주 서늘하고 날카롭게 배반하는,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소름 돋는 작품이었어요. ‘성공한 … 더 읽기

패터슨(2016): 반복되는 일상에서 시를 발견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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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세상의 모든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요? 스마트폰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리고, 세상은 더 빠르고 더 자극적인 것을 향해 달려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영화,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을 떠올리곤 합니다. 마치 잘 우려낸 따뜻한 차 한 잔처럼, 번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그런 영화거든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의 … 더 읽기

굿 윌 헌팅(1997):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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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영화가 있는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너무 커서,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영화요. 제게는 ‘굿 윌 헌팅’이 바로 그런 영화 중 하나예요. 얼마 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좀 허전한 날 밤에 정말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봤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았죠. 좋은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바래는 게 아니라, … 더 읽기

진실을 전한 자의 비극, ‘킬 더 메신저’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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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영화 한 편이 세상을 향한 우리의 믿음이나 생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2014년 작, ‘킬 더 메신저’가 바로 그런 영화였어요. 사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땐 ‘호크아이’로 익숙한 제레미 레너가 주연이라는 점에 끌렸던 게 커요. 액션 히어로가 아닌, 펜 하나로 거대한 권력과 맞서는 기자 역할이라니,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 더 읽기

랜드(2021): 상실의 고통을 품고, 자연의 침묵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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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날이 있지 않나요? 모든 걸 등 뒤로하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날. 휴대폰도, 복잡한 인간관계도, 나를 짓누르는 기억도 모두 차단된 채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고 싶은 순간 말이에요. 최근에 본 영화 ‘랜드’가 바로 그런 제 마음을 깊숙이 파고들더라고요. 배우 로빈 라이트가 직접 감독하고 주연까지 맡은 이 영화는, 엄청난 비극을 겪은 한 … 더 읽기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 담장 너머의 비명을 외면한, 가장 평온해서 가장 소름 돋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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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이렇게까지 긴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작품이 있었나 싶어요. 상영관을 나선 후에도 며칠 동안이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그 장면과 소리들이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 오늘은 바로 그런, 어쩌면 올해 가장 문제적이면서도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일지도 모를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좀 길게 나눠볼까 해요. 우리는 홀로코스트를 … 더 읽기

캡틴 필립스(2013): 톰 행크스의 마지막 10분, 스크린을 압도한 충격과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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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영화가 있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쿵 내려앉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스크린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 말이에요.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톰 행크스의 만남, ‘캡틴 필립스’가 저에겐 바로 그런 영화였어요. 개봉 당시에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 얼마 전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마주하고 나니 그때의 … 더 읽기

타인의 삶(2006): 한 권의 책으로 남은, 어느 비밀경찰의 조용한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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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영화가 있어요.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반전 없이도, 영화가 끝난 뒤에 자리에서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 제게는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타인의 삶’이 바로 그런 영화였어요. 차갑고 회색빛으로 가득 찬 1980년대 동독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영혼이 어떻게 서서히 물들어가는지를 너무나도 섬세하고 깊이 있게 그려내서, 보고 난 후 며칠 동안 그 여운에서 헤어 … 더 읽기